팀 캐롤(Tim Carroll) : MIDI 2.0을 이끄는 포커스라이트 CEO
음악 기술의 진화는 무대 앞의 환호와 무대 뒤의 땀방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뮤지션은 자신의 실력과 감정을 무대 위로 올리고, 기술자은 그것이 훼손되지 않고 최대한 발휘되도록 돕습니다.
팀 캐롤(Tim Carroll)은 그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이해하는 보기 드문 업계의 리더입니다. 그는 프로툴(ProTools)로 유명한 디지디자인(Digidesign)과 아비드(Avid)에서 19년 동안 근무했으며, 사원으로 시작해서 부사장에 오른 인물입니다. 그가 Avid를 떠난다고 발표했을 때, 그가 어디로 갈지 관심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의 발길은 포커스라이트 그룹(Focusrite Group)이었으며, 그룹 이사회는 2017년 그를 CEO로 선임했고, 현재까지 그는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부터는 MIDI 협회(The MIDI Association) 회장으로서 MIDI 2.0의 업계 도입을 이끄는 등 이 업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단 하나의 문장은 무엇일까요?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기술은 창작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기술이 음악의 위에 있는 순간, 예술은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팀 캐롤의 여러 인터뷰를 취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음악가에서 엔지니어로, 엔지니어에서 경영자로
팀 캐롤의 출발점은 뮤지션이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성장하며 6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십대 시절 이미 지역 밴드와 스튜디오를 드나든 그는, 공연과 녹음의 물리적·정서적 구조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혔습니다.
1980년대 초 MIDI와 컴퓨터 레코딩이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던 시기에, 그는 자연스럽게 시퀀싱과 MIDI 프로그래밍의 ‘전문가’로 자리 잡았고, 프로툴로 유명한 디지디자인(현재는 AVID에 편입)으로 옮겨 ProTools 생태계와 VENUE 라이브 시스템, D-Control/S6 같은 컨트롤 서페이스의 시장 안착 과정을 주도하며 AVID의 부사장의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그 여정은 기술적 이해와 뮤지션으로의 경험, 그리고 비즈니스 감각을 동시에 단련하는 과정이었고, 훗날 포커스라이트 그룹의 CEO로 취임한 뒤에도 “복잡한 기술을 쓰기 쉽게 만드는 일”이라는 일관된 경영철학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NAMM show 2016 포커스라이트 이전 CEO 인 데이브 프로커와 함께> |
“콘솔에서 인터페이스로” 팀 캐롤의 포커스라이트가 걷는 길
오늘날의 포커스라이트는 더 이상 거대한 아날로그 콘솔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닙니다.
1980년대 후반 대형 콘솔과 테이프 머신이 녹음의 표준이던 시절, 포커스라이트는 아날로그 신호 경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던 장인 기업이었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디지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안으로 옮겨 심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팀 캐롤은 인터뷰(Meet the CEO Show)에서 “우리는 오디오 창작을 위한 엔지니어링 회사이며, 초보자부터 프로페셔널, 팟캐스터, 게이머·스트리머, DJ·일렉트로닉 뮤지션까지, 기술이 창작을 방해하지 않도록 ‘창작 장벽을 없애는 것’이 사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이 철학은 제품 전략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됩니다. 회사는 매년 매출 대비 6~7% 수준의 R&D 투자를 꾸준히 유지하며,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사용자가 좌절하지 않도록 설치·등록·초기 세팅과 첫 녹음까지의 경로를 집요하게 단순화해 왔습니다.
실제로, 스칼렛(Scarlett) 인터페이스 시리즈는 높은 내구성과 일관된 음질, 그리고 초기 사용자 경험(Out-of-Box Experience) 최적화로 신뢰를 쌓으며, 뮤지션 카테고리에서는 표준으로, 그리고 이를 넘어 팟캐스트·스트리밍 영역으로도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관된 전략은 업계에서 집계하는 시장점유율 수치에는 편차가 있지만, “스칼렛이 해당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존재”라는 업계 및 소비자의 평가가 있으며, 이는 신제품 세대가 나올 때마다 갱신되는 사용자 평가(Trustpilot·NPS 등)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미, 전 유럽, 심지어 아시아의 한국까지 스칼렛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1위입니다.
‘쉬운 사용’과 ‘확장 가능한 하드웨어’: 하드·소프트웨어의 재배열
팀 캐롤이 이끄는 포커스라이트의 또 다른 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한 확장입니다. 그는 “하드웨어가 단 하나의 목적만 수행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펌웨어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끊임없이 확장되는 하드웨어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초보자·중급자·프로 사용자 각각의 맥락에 맞는 번들(Bundle, 끼워주는 소프트웨어)·가이드·워크플로우를 설계합니다.
특히 회사는 방대한 소비자 군의 다양한 사용 환경을 바탕으로, 메이저 DAW(파트너 생태계)를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입문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무엇보다 주력합니다.
수십만의 신규 사용자가 처음 맞닥뜨리는 질문인 “EQ가 뭐죠?”, “마이크는 어디에 꽂죠?”, “컴프레서는 왜 쓰나요?”에 대해, 친절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첫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깊은 창작으로 진입하게 하는 최선의 경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쓰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의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스칼렛인 이유입니다.
Novation, ADAM Audio, Sequential M&A, 그리고 협업
포커스라이트 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컨트롤러·그리드 퍼포먼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Novation Launchpad나 Launchkey 라인은 Ableton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고, 스튜디오 모니터 분야에서는 ADAM Audio 인수를 통해 “녹음은 인터페이스로, 모니터링은 스피커로” 이어지는 체인을 그룹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캐롤은 “우리가 직접 새로 만드는 것보다, 수십 년 이상 브랜드 충성도를 쌓아온 팀과 문화를 존중하며 손을 잡는 편이, 사용자에게 더 빠르고 더 좋은 완성도를 제공한다"라는 쪽에 무게를 두며, 내부 R&D와 외부 파트너십 그리고 M&A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력입니다. 2021년 팀 캐의 주도로 전설적인 신디사이저 업체인 Sequential(시퀀셜, 오버하임을 포함하는)을 인수하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MIDI의 전설이 포커스라이트에 더해졌으며 2024년 그는 직접 MIDI 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네트워크 오디오: RedNet과 프로 콘텐츠 시장
포커스라이트는 개인을 위한 홈레코딩, 신디사이저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차세대 오디오 기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규모 채널을 지연·열화 없이 장거리로 주고받아야 하는 영화·OTT·스포츠·방송 시장에서는, RedNet(오디오-오버-IP 기반) 솔루션이 표준 워크플로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팀 캐롤은 “아날로그 멀티 케이블로는 해결할 수 없던 규모와 안정성이 필요한 시대에, 표준 이더넷을 통해 방대한 오디오 채널을 직관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의 병목을 뚫는 관건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영화·드라마 믹싱 수천 트랙, 라이브 사운드의 FOH-스테이지-OB 밴 연계, 올림픽이나 NFL 같은 대형 이벤트, 그리고 OTT 스튜디오(예: Netflix)의 장비 리스트 등에 RedNet 계열이 폭넓게 반영되면서, 포커스라이트의 프로페셔널 디비전은 그룹 내 또 하나의 성장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공급망·가격 전략·제조 다변화: 경영자로서의 현실 감각
기술 철학이 선명하다고 해서 경영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팀 캐롤은 최근 관세와 같은 외부 변수를 숨김없이 언급하며, 말레이시아 등 대체 생산거점 확보로 리스크를 분산한 실제 사례를 공유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스칼렛 솔로 4세대'에서 업계의 ‘성역’처럼 여겨지던 $99를 넘어서는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그는 원가·브랜드·품질·수요 탄력성 사이의 균형을 현실적으로 맞추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요는 유지되었고, 브랜드의 ‘프리미엄이지만 과도하지 않은 가격/가치 비율’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이 같은 의사결정은 “우리가 가장 싸지는 않지만, 그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분명한 제품을 만든다"라는 자세로 수렴됩니다.
MIDI 협회와 MIDI 2.0 : 표준은 기술이 아니라 합의의 예술
수차례 언급했다시피 2024년 1월, 팀 캐롤 MIDI 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MIDI 1.0(1983)에서 MIDI 2.0으로의 진화는 속도나 해상도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력·상호 운용성·실시간성·확장성이 교차하는 생태계의 문제이며, 다시 말해 기술과 제조사, 그리고 전 세계 창작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합의의 예술입니다.
캐롤 회장은 “지금이 MIDI 2.0의 잠재력을 실현할 문턱”이라 규정하면서, 기술 문서의 정교함만큼이나 교육·접근성·커뮤니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표준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쓰이게 하는 것’이라는 명제, 그리고 그 ‘쓰기’의 가장 큰 적이 어려움과 분절이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쉬움이 곧 얕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가 즐겨 하는 말 중 하나는 “좋은 장비는 귀로 판단한다. 숫자와 스펙은 참고일 뿐”이라는 문장입니다. 이는 포커스라이트 이사회 의장을 담당하는 '필 더더리지'의 철학과도 일치합니다.
이 말은 스펙을 무시하자는 뜻이 아니라, 수치가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환기합니다.
간혹 스칼렛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너무 단순한 제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초보자가 박스 개봉 15분 만에 "첫 녹음을 하며 ‘사길 잘했네’라는 감각을 갖게 되는 것, 중급자가 가이드를 따라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프로가 복잡한 세팅을 되풀이하지 않고도 루틴을 안정화하는 것" 같은 단순함입니다.
캐롤은 또한 AI 음악에 대해서도 낙관적 현실주의자의 관점을 제시합니다. “드럼 머신이 드러머를 없애지 않았듯, AI도 창작자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창작자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그의 견해는, 기술이 감정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믿음과, 올바르게 설계된 도구가 더 많은 사람을 창작으로 데려온다는 확신으로 이어집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구조
회사에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습니다. 간혹 소비자가 높은 이익을 기록한 회사를 보고, 너무 제품을 비싸게 팔지 않았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자기가 구입한 제품의 회사의 경영이 잘 유지가 되어 A/S와 드라이버 업데이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의 가치를 높이도록 판매 후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경영자로서 팀 캐롤은 실적과 투자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그는 두 자릿수 성장과 이익, 꾸준한 배당 확대, 현금흐름을 늘려 이를 기반으로 M&A 등 ‘건강한 확장’을 반복적으로 확인시킵니다.
또한 그는 유능한 경영자로서, 단기와 장기의 밸런스를 맞춥니다. 예컨대, 단기적으로는 관세·공급망·환율 등 경영 리스크에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교육·접근성·표준화 같은 산업의 공공재에 투자하는 일'특히 MIDI 협회에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Novation의 신형 Launch 시리즈나 Flkey와 같은 파트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통합을 강화하는 행동, RedNet처럼 프로 시장의 필수 인프라를 공들여 키우는 인내, 스칼렛처럼 대중 저변의 초입 경험을 집요하게 개선하는 끈기... 이 모든 것이 함께 작동할 때, 포커스라이트라는 플랫폼은 비로소 ‘장비 회사’가 아닌 ‘창작에 관여하는 회사’로 완성됩니다.
기술은 투명할수록 강해지고, 예술은 쉬울수록 멀리 간다
팀 캐롤이 그려 온 궤적은 단순한 제품 로드맵이 아니라 창작 여정의 지형도입니다.
수많은 초보자가 첫 소리를 녹음하고, 수많은 프로가 방대한 채널을 오차 없이 운용하며, 수많은 교육자와 개발자가 같은 표준 위에서 서로의 도구를 이어 붙일 수 있도록, 그는 기술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써 왔습니다.
기술이 보이지 않을수록 창작은 선명해지고, 사용이 쉬울수록 표현은 멀리 나아갑니다.
이것을 현실로 바꾸는 일, 바로 그 일이 팀 캐롤이 하는 일이며, 포커스라이트와 MIDI 협회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팀 캐롤은 ‘어려운 기술을 쉬운 경험으로’ 번역하는 사람이며, 그 번역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음악을 자기 언어로 말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참고 출처 :
KVR Audio, Interview with incoming President of the MIDI Association (Tim Carroll)
YouTube: Meet the CEO Show – Tim Carroll, CEO of Focus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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