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산 청송, 안무가 장현수
남산은 늘 나의 벗이며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러러보며 조망하며 그 기운으로 꿈을 키웠다.
가르침을 받으며 내 춤의 빛깔로 일궈온 나날들.
목멱산의 신비를 타고 나의 디딤과 사위가 힘을 받는다.
나는 아직 꿈꾼다.
붉은 소나무 숲의 장엄한 화음을.
푸른 소나무의 꿈
버선코에 가려진 중후한 선의 언어
목멱산 청송 장현수
안녕하세요. 장현수 선생님.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안무가 장현수입니다. 저는 5세 무렵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한국 무용을 접했습니다. 무용은 제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한국 무용을 공부하였지요. 그 뒤로도 운 좋게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예술에 몸담아 기량을 키우고 내 안의 것을 꺼내는 반복 속에 참된 예술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내 몸속 무용의 혼은 자신에 대한 인식도, 외부 세계에 대한 인지도 없던 시절부터 내 안에 스며들어, 나이를 먹어 의식이 생기고 예술을 직시할 수 있게 된 때에도 함께 하였습니다. 현재도 여전히 꿈틀거리는 예술의 혼은 한국 무용의 형태로 제 안에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1996년 24세의 나이로 국립무용단에 입단하여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요. 국립무용단은 어떤 단체인가요?
1962년 창단된 국립무용단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옛것에 담긴 감동이 현재를 거쳐 미래로 더 크게 뻗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행사나 해외 탐방, 대중과의 소통 등 한국의 무용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입단 당시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석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국립무용단의 주역에 자리하여 예술의 혼을 꾸준히 불태우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렇게 추켜세워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엔, 국가 단체인 만큼, 다소 경직된 면도 없지 않았는데요. 변화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저의 노력을 좋게 봐주신 관객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장르와 비교되는 한국 무용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느끼시나요?
감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고리 사이로 비치는 속치마, 치맛자락 사이로 고개를 내민 버선처럼 한국 무용은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온전히 드러내질 않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자발적으로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한국 무용의 매력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무용을 함에 있어 춤은 곧 나 자신이지만,
나 자신은 또 다른 욕망의 시작입니다.
개인의 욕망과 의지를 버리고 오롯이 예술을
마주하기 위한 싸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무용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면 어려워 보이는 무용이라도 화자에겐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무용수가 어떠한 발상을 얻고 자신의 심상을 거쳐 발생하는 주관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무용은 한국학, 민속학, 역사학, 음악학, 자연사학, 심리학, 종교학 등 여러 관련 학문적 이해를 바탕으로 대본과 음악을 선곡하여 작품을 구상합니다. 공연 시 나눠주는 소책자를 읽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지요. 배경에 대한 안목이 늘어나면 몸짓이 조금씩 달리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관객뿐 아니라 저희 무용수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5천 년 역사 속에 잘익은 묵은지처럼 아까워하며 약간만 내어주고 조금씩 보여주는 독특한 예술이 한국 무용의 예술 세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방향 설정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시대에 맞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무용계의 중진 안무가이며 무용수로서 한국 무용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한국 무용은 본질은 한국 사람이 편안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전통에 너무 매몰되기보단 다양한 형태의 춤이 공존하였으면 합니다.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한국 무용의 예술성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현대화가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전통만 고수하여 시대적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기보단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여 진실되게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방법일 것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전통이 희석되고 새로운 양식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전통의 의미와 지켜야 할 필요성을 더 크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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