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파도를 가르는 행위에 담긴 의미 - 태평양관광기구②
Q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기후 변화와 쓰레기로 인해 태평양이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합니다.
맞아요. 기후변화협의회(IPCC)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일부 섬나라는 50년 안에 지도 상에서 사라질 것이라 합니다. 저마다 멋진 문화와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나라가 바닷속에 잠겨 앞으로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또 태평양으로 유입되는 바다쓰레기들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남한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155만km²이르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역이 있다고 해요. 남한의 15배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게다가 미세 플라스틱이 많기 때문에 위성이나 드론 사진만 가지고는 정확한 위치와 범위를 측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누구도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여섯 나라가 태평양 영해를 끼고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관도 전무한 상황이죠.
문명인이 만들어낸 피해를 태평양 도서국에서 고스란히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환경 오염도, 탄소 배출도 유발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그들은 화내지 않고 그저 결과만 받아들일 뿐이죠. 진정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의 능력이 발휘된다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펼치는 부족도 있어요.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체 누가 문명인이고 미개함의 기준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심각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누군가는 공론화를 시켜야 할텐데, 서퍼들이 해주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바람이시어, 배 뒤편으로 오시어.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가 주소서.

뉴질랜드 외교통상부(MFAT)의 지원 기금과 클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4천 달러로 제작된 바카(VAKA)는 키리바시의 기후변화로 인한 실태와 사람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바카는 토켈라우에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뗏목을 부르는 이름이다. 폴리네시아 인들에게 배는 자유와 삶 그 자체다. 좁고 척박한 섬을 빠져나와 신세계를 꿈꾸는 걸 가능케 하는 소중한 도구였다. 태평양 망망대해 위에서 바카 한 척에 의지해 주변의 새로운 섬들을 탐험하며 영토와 식량을 확보했던 용맹한 폴리네시아 사람들에게는 신이 내린 지혜, 모세의 지팡이였다.
선진국들의 경제발전의 결과로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선진국들도 할 말이 많을 테다. 하지만, 폴리네시아인들은 무조건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포스터에 적힌 단 두 줄에서, 원망과 한탄이 아닌 의지와 소망으로만 가득하다. 그들이 처음 폴리네시아를 찾아 항해를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다. 토켈라우는 폴리네시아인들이 최초로 정착한 섬이다.
Q 끝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기존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는 소비 패턴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것보다 소비적인 것을 택하고 저축 없이 사는 모습을 나쁘게 보거나, 탕진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잖아요. 소비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대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경험이 답답한 일상, 탈출할 수 없는 루틴에 갇힌 삶에서 나를 계속 성장 시켜주고, 삶을 바꾸고 또 다른 내일로 향할 원동력이 되어주니 유형의 물질보다 가치 있어진 것이죠. 인구의 2/3가 여행을 경험한 통계가 있다고 할 정도니 그만큼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거죠. 그게 한국에서 여행이 계속 사랑 받는 테마인 이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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