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성우 주현민(JOO HYUN MIN)
자기소개 한 번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올해 4년째 비협회 성우로 일하고 있는 주현민입니다. 현재 스튜디오,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목소리 녹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95년생으로 올해 30살(만 28살)입니다. 좋은 기회로 이렇게 인사 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성우란 정확히 무슨 직업인가요?
성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단어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목소리 연기자'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가 흔히 접하는 배우들은 자신이 직접 나와서 신체의 모든 부분으로 연기를 하지만 성우는 화면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으로 모든 걸 표현하며 연기합니다.
그러면 단순히 목소리만 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성우는 배우가 신체로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목소리로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비협회 성우의 뜻이 뭔가요?
비협회는 말 그대로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성우는 탤런트와는 다르게 아직 방송사 공채가 남아 있습니다. 공채 시험을 통과해서 방송사 성우가 되면 보통 2년의 전속 성우 기간을 거치게 되는데 2년이 지나 프리랜서 성우가 되면 한국성우협회에 등록됩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협회 성우로 활동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죠.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비협회 성우들도 공채를 통과해 협회 성우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중에 한 명 입니다!(웃음)
왜 성우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원래 중학생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 때 부터 극단 활동도 하고 여러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그랬죠, 고등학생 때 우연히 성우연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때 성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제대로 성우가 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한 건 이제 5년 전부터였어요.
그 전까지는 단편 영화나 웹드라마에서 배우로 활동했는데 제약 없는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저의 외형으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한정되어 있지만 성우는 그런 제약없이 어린아이, 중년, 노인, 괴물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런 점이 저의 마음을 이끌었던 것 같아요.

성우가 되는 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이고 좋은 방법은 아까 말씀드렸던 공채에 합격해서 협회 성우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채 성우가 된다고 모든 일이 다 잘 풀린다고 보장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아예 기회를 받지 못하는것보다는 잘되지 않더라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비협회 성우들이 기회를 못 받는다는 말은 아니에요, 비협회 성우 중에서도 대형 게임회사에서 캐릭터 목소리로 참여하거나 대기업 광고 녹음을 하는 등 실력만 받쳐준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협회 성우로 활동하는 법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해요. 다만 잘 준비해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처음 비협회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TV, 영화관 등에 나오는 광고들을 보며 트렌드 분석을 했어요.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연기를 접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도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지 못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트렌드에 맞춰서 성우용 음성샘플을 제작해서 성우 녹음을 진행하는 녹음실에 보냈습니다.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리진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 뭐가 있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보완해나가다 보니까 점점 저를 찾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지금까지 성우로 활동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인간관계'입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성우 일도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안 좋게보이면 다음에 불러주지 않을 확율이 매우 높아집니다.
저는 특별히 노력하는 건 없지만 처음 볼 때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작업이 끝났을 땐 늘' 고생 많으셨습니다!'하며 인사드려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사소한 부분 일 수도 있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을 지키지 못하면 나중에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간 약속도 중요합니다. 계속 당연한 말을 하고 있지만 주변을 보다 보면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한 명씩은 있더라구요, 신뢰를 쌓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요.

제일 기억나는 에피소드?
별로 좋은 추억은 아니지만...제가 성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긴 문장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죽 읽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초독을 하지 못해서 계속 발음을 틀리는 거에요. 30분이면 끝날 녹음을 1시간이 넘어서야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그 때 녹음을 잡아주신 엔지니어님이 이러시더라구요 "다음엔 대본 미리 보내드릴 테니까 미리 숙지해서 와주세요." 그 때 크게 충격받았어요. 남들은 어렵지 않게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문장 조차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한 동안 눈에 보이는 글이란 글은 다 읽고 다녔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훨씬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녹음시간에 피해가 가지않게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됐어요(웃음)
성우라는 직업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모든 성우님들이 어떻게 활동하는 지는 정확히 모르니까 제 기준에서 말씀드릴게요.
우선 제일 큰 장점은 '자유로운 시간 분배' 같아요. 성우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시간을 맞춰서 일정을 조절할 수 있거든요. 물론 녹음실 상황이나 여러 일정들이 많이 생기면 어렵겠지만 남들 일 할때 쉴 수 있다는게 제일 큰 메리트 같아요. 남들 다 쉬는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놀러나가면 차도 많이 막히고 사람도 많고 피곤하잖아요. 그 시간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그래서 저도 최근에 갑자기 해외 여행을 가고 싶어서 일정들을 다 뒤에다 잡고 다음 날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해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웃음)
단점은 역시 프리랜서니까 안정적이지 않은 수입이 제일 큰 단점이 아닐까 싶어요. 한창 일이 많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며칠 동안 안 들어오기 시작하면 불안해지거든요. 결국에는 어떻게든 잘 극복해 나가긴 하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오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불안함을 잘 극복해 나가는 법을 찾아야 이 일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평소 취미는?
사진 촬영이요, 잘 찍지는 못하지만 풍경, 인물 가리지 않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원래 그림이나 사진 보는 걸 좋아했는데 좋아하면 해보고 싶어지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림에는 소질이 없어서(웃음) '사 진을 찍어보자!' 하고 무작정 카메라를 구입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사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담을 수 있다 는 점이 참 매력적이에요. 아직은 사진 찍는 실력도 보정하는 실력도 부족하지만 계속 해서 나중에는 남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더 '잘하는 성우'가 되는 것.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서 '주현민 아니면 안 돼' 라는 소리가나올 수 있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에는 공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웃음).
연기는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아서 마치 안개가 낀 길을 따라 쭉 걷는 것 같아요.
누군가 확실하게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까 안개속에서나 자신만 믿고 앞으로나아 갈 수 밖에 없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멈추지 말고 당장 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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